약속이라는 무게는 언제나 무겁다
어떤 약속이냐에 따라
그 무게가 다르겠지만
상대방을 위해 모든 걸 줄 수 있는
상태에서의 약속은 참으로 무겁다
그 무게가 점점 감당할 수 없을 만큼
늘어나는 걸 알면서도
그저 지금이라는 순간이 다른 시간들과는
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기에
애써 그 무게를 저 멀리로 미뤄버린다
원래 참 달고 맛있는 음식들은
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지 않았는가
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
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
단 음식들만 찾던 그때의 나로 잠깐 돌아가 본다
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다르게
어른이 되어있었기에
금방 되돌아와야 하는 걸 스스로가 알고 있음에도
어린 순간에 머무르려고 발버둥친다
인연은 만들어지는 것이다
상대방이 생각하는 나와의 인연이
사실은 내가 만들어낸 짧은 찰나의 용기와 도전이었음을
그런 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?
우연이라고 생각하면 더 가벼우려나
만들어진 우연들, 그 인연을 예쁘게 잘 빚어서
도자기를 만든다
중간에 망가질 수도, 어떤 모양이 완성되어 있을지도
모르지만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
결과물만 바라봤기에 너무 앞서간 탓일까
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위태롭다
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
내가 조금만 더 시간과 정성을 쏟아부으면
원하는 이상향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
나의 매일을 바쳤다
너무나 불안하고 위태롭지만
이 모양이, 나의 진심들이 망가지는 걸 보는 게
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
손에 굳은살이 박히고
손톱이 빠질 때까지 붙잡고 있었다
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망가져 가는 것을
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행복했다
내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이상
스스로는 우선순위이길 포기했기 때문에
분명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
나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는데
그럼에도 미련이 남은 건 왜일까
나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?
스스로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서?
아직도 잘 모르겠다
멍하니 무너져내린 나의 과정들을 보며
탓할 수 있는 건 스스로뿐이었다
감당할 수도 없는 무거운 무게를, 인연이라고 포장한
찰나의 순간들을, 바라던 건 아니었지만
무너져버린 나의 도자기를
모든 걸 짊어지고 여기까지 왔지만 남은 건
너무 깊어 끝이 보이지도 않는 바다였다
수영을 할 수도 물에 뜰 수도 없는 나는
깊은 바다에 잠기지 않도록 발버둥 치고 있다
숨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고
어떤 말로 표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
힘든 건 확실하다
내가 만들어온 무게, 순간, 나의 도자기 그 모든 것이
돌덩이가 되어 나를 짓누른다
이게 이렇게 무거웠던가
분명 모두 설레는 감정들과 행복한 마음으로 만들어왔는데 어째서 나를 이렇게 짓누르고 있는 걸까
난 모든 순간들을 진심으로 좋아했는데
그것들은 그렇지 않나 보다
이것들을 저 멀리 치워버리면 나는 덜 힘들텐데
본드로 붙여버린 듯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다
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것일까
내 시야를 가리는 게 눈물인지
바닷물인지 모를 만큼 억울하다
점점 몸에 힘이 빠지고 있다
나를 수없이 짓누르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
내가 시작하고 만든 것이니 떼어낼 수 없구나
나처럼 너희들도 온몸이 젖어있는 게
어쩌면 바닷물이 아니라 눈물일 수도 있겠구나
좋아 같이 저 깊은 바다로 가자
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, 얼마나 깊을지도
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지만
내가 그것들을 만들어왔던 그 순간들도 똑같이
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
지금보다는 더 좋은 결말이기를
다시 숨이 트이는 이곳으로 올라올 수 있기를
많이 힘들겠지만 추억하는 그것들을
저 바닷속 깊은 한켠에 잘 묻어두고 올 수 있기를
캄캄한 바닷속을 홀로 헤매지 않게
나와 함께해 주럼